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번아웃의 함정




30년을 달리면 번아웃이 필연적으로 오는거 아닌가?

 

지난 20년을 달려왔었다. 그 전 10년에도 달렸었다. 거의 30년이다.

나는 누구보다 목표에 집중했고, 성공을 갈망했고, 다른 것들을 희생시키면서, 한가지에 몰두하며 살았다.

얼마나 몰두하며 살았냐면 정말 조직을 위해 팀워크를 위해 문제 해결을 위해 집요하게 사소한 것들도 챙기며 그것들만 생각하며 살았다.

뭔가 잘못되면 자책하며 수정하며 살았다.

하지만, 2년전 번아웃에 그 질주를 멈췄다. 

더 이상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지나고 보니 에너지 부족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버틴다는 표현은 수동적인 말이다. 내가 스스로 나의 상황을 주도하고 있지 못하던 것도 한 몫을 했었다.

주말은 나에게 시체처럼 자야하는 시간이었고, 여가나 여유로움은 없었다. 가족한테 너무 미안하다. 

번아웃이라는 자각증상은 그 전에도 없지 않았다.

나에게 게임과 관련된 일은 항상 재미있고, 항상 집중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번아웃이 온 다음부터는 싫고 남에게 맡기고 싶고 싫은 일이 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도 에너지가 남아 있었고, 마지막 성공을 위해서 달렸었지만...

더 못 버티고 번아웃 되고 말았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되더라.

지친다는 표현이 그렇게 무서운지 몰랐다.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달라보였다.

30년 달리고 번아웃 된거니까 나도 떳떳하다. 그만큼 달리기 쉽지 않으니까.


지난 2년을 회복하려고 힐링하려고 발버둥쳤지만, 방법을 몰랐다.


번아웃에 회복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애썼다.

니체에 심취하기도 하고, 쇼펜하우어도 보고, 유투브에서 이야기하는 동기 부여 동영상들도 듣고, 젊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과도 일해보고,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공부해 보고, 드라마,영화 컨텐츠 소모를 하며 시간을 쓰기도 해보고,...

결론적으로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다 버리고, 그냥 여행부터 했을 것 같다.

그 다음에 책을 읽었을 것 같다.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 그랬을 것 같다.

나는 여행과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이라고 해 봤자, 그냥 풍경, 사람 구경인데... 나에게 여행이란 좋은 경험을 준 적이 없다. 아직도 여행을 하라고 하면 망설인다. 같이 여행 갈 사람이 정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오케이지만...

책은 남의 이야기이고 내 생각에 옮기는 전염병같은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내 생각이 확고한 편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드라마, 영화는 좋아한다. 책은 왠지 의도적으로 나에게 전달하려는 것이 있는 느낌인 반면에 드라마, 영화는 내가 그것들에서 교훈이나 감성,감정을 얻어가는 , 쇼핑하는 느낌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책을 좋아한다.

책은 쓸데없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 나를 전염,오염시키려는 것도 아니다.

책은 나에게 영감과 에너지를 주는 것이다! 

그전에도 그 영감을 얻었지만, 그 영감에 대해서 감사함을 못 느꼈었다.

에너지를 받았겠지만, 그 에너지에 대해서 감사함을 못 느꼈었다.

그런데, 번아웃이 된 상태라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내 에너지 레벨의 변화를 느끼게 되더라.

책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책 읽는 것이 즐겁다.

사 놓았지만 못 읽은 책들을 읽는다.


10배의 법칙


'10배의 법칙'이라는 이 책을 읽고 있는데, 글쓴이가 완전히 성공에 미친 사람이다.

성공을 하는 것은 의무이고, 책임이고, 윤리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 처음 봤다.

그런데, 그렇게 정말 받아들여보니, 에너지가 생김을 느끼게 된다.

성공을 위한 10배의 목표 설정, 그리고 10배의 행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

나이가 들고 나면 안될 수 있는 것들이 보이고 걱정들이 쓸데없이 생긴다.

그냥 이 사람 말대로 단순하게 10배의 행동을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왕좌왕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낼 바에야

목표를 잘 설정하고, 10배의 행동을 할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게다가 나는 이루고 싶은 것들을 이루고 산 편이고, 어릴 때 세운 목표도 이룬 편이었으니, 새로운 큰 목표를 다시 세우고 싶지 않았다.

나이 먹어서 이제는 소박한 목표를 삼고 살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 소박한 작은 목표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서인지 몰입이 잘 안되고 있었다.

바로 '번아웃의 함정'이었다.

번아웃 후유증으로, 이제는 그렇게 너무 몰두하며 살지 말아야지, 그렇게 너무 희생하며 살지 말아야지, 그렇게 너무 치열하게 살지 말아야지, 안될 것 같은 너무 큰 목표를 위해 달리지 말았어야지, 작은 목표를 삼고 작게 작게 성공하며 살아야지 라는 안일하고도 방어적인 마음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

지금은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모든 것들이 감사하다.

10배의 법칙이라는 책도 그런 에너지를 주니 그저 감사하다.

가끔 귀중한 조언을 해주는 친구들도 너무 감사하다.

그 감사함을 소중하게 여기기로 했다.

다시 10배를 위해서 성공을 위해서 10배 달려보기로 했다.

글쓴이의 주장대로 성공은 의무이자 책임으로 받아 들여 버리자고! ㅎㅎㅎ

번아웃이 오면서,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가? 라는 좌절감에 니체를 찾았고,

니체의 위버멘쉬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쇼펜하우어 이야기를 들으며 좀 더 현명해져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방법에 대해서 너무 막연했었던 것 같다.

다시 하면 된다.

다시 몰입하면 된다.

다시 10배로 생각하고 10배로 실천하면 된다.

해 봤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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